농촌진흥청 시설원예연구소 이충근 소장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업공학부 농업기계전공 88학번
현. 애그로시스템공학부 생물산업기계공학전공

드넓은 사막에 일렁이는 황금빛 벼의 물결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에서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풍경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올해 5월 국내 연구진이 사막 지역에서

세계 최초로 벼 재배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2019한-UAE농업 R&D 협력사업’의 하나로, 불과 2년만에 커다란 성과를 내며

사막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사막 프로젝트의 가능성에 불을 지핀 성공의 중심에는

우리 대학교 이충근 동문이 있었다.

Q. 사막에 농업기술을 전파한다는 사실이 획기적입니다.
소장님은 이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나요?

이번 벼 재배 성공은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진행 중인 ‘한-UAE 농업 R&D 협력사업’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업 중 일부입니다. 이 외에 더 큰 사업이 많은데, 연구자의 노력으로 성과가 빠르고 가시적으로 나타나 특히 주목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벼 재배를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아세미(품종명) 벼 재배를 비롯해 ‘스마트팜’, ‘가축케어’, ‘대추야자’까지 총 4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9개 공동연구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2018년 한-UAE 정상회담에서 UAE의 왕세제(왕의 친동생)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식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신의 나라에 한국의 농업기술을 전수해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농촌진흥청은 2018년 9월에 ‘UAE대학’,‘국제해수농업센터’와, 2019년 5월에는 ‘아부다비 농업식품안전청’과 농업 R&D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다양한 농업기술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대부분 사람이 ‘사막에서 과연 농사가 가능한가?’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중인 네 가지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저와 팀원들은 2018년 5월에 처음으로 UAE를 방문하여, UAE측 사람들과 그곳에 필요한 농업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흙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이었고, 두 번째가 가축의 경구를 통해 위에 캡슐을 투여하여, 축우의 임신여부나 체온, 맥박 등을 측정하는 ‘가축케어 기술’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UAE의 대표 작물인 ‘대추야자’를 헤치는 바구미 방제 기술, 마지막이 여러분이 아는 ‘벼 재배’에 대한 기술 요청이었습니다.
‘아니, 벼 재배라니?’ 저희도 처음에는 황당했습니다. 대체 왜 벼가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UAE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이 그 이유였습니다. 950만이 넘는 인구 중 800만 명이 돈을 벌기 위해 유입된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사람들인데, 이들이 1년에 섭취하는 쌀의 양만 1인당 110kg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식사량보다 2~3배 많은 양입니다. 만약 쌀이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아 이들이 떠나면, UAE의 경제기반이 흔들릴지도 모를 일이죠. 거기다 코로나19로 계속해서 떨어지는 기름값에, 더는 기름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까지 겹치면서 자체 식량생산 기술개발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벼는 물이 있어야 잘 자라는 작물이기에 모두가 벼 재배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낸다’는 집념으로 우리나라 연구자들과 현지 담당 직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사업을 이끌었고 ‘아세미’라는 벼 품종으로 올해 5월 국내보다 40%나 많은 벼를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Q.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연구 사업을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 반대로 보람된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세미 벼 수확은 연구를 시작한 지 딱 2년 만에 거둔 성과입니다. 누군가는 짧은 기간에 쉽게 이룬 성과라고 볼지 모르겠지만 문화도, 환경도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벼가 자라지 않는 것보다, 빨리빨리 문화가 익숙한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뭐든 천천히 하는 UAE 사람들의 문화에 적응하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MOU 하나를 맺는데도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리기도 했고, 라마단(금식) 기간에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아 우리 쪽에서 애가 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하지만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갖고 진심으로 다가갔고, 소통하려는 우리의 모습에 UAE 담당자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대한민국을 진정한 파트너이자 친구로 여기며,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직 경제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벼 재배 연구를 통해서 저희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UAE는 벼 재배의 성공으로 더 많은 농업기술 이전을 요청하고 있으며, 카타르, 사우디 등 주변 중동국가에서도 우리나라 농업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Q. 우리 대학교의 교훈인 ‘개척정신’을 그대로 실천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소장님처럼 농업 분야의 개척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농촌진흥청에는 김인식 전 농촌진흥청장님을 비롯한 많은 동문이 축산, 식량, 환경, 토양, 농기계,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경상대 농생명과학대가 가진 저력을 증명합니다. 그러니 후배님들도 경상인이라는 사실에 자신감을 느끼고 농촌진흥청에 지원해 자신의 꿈과 열정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를 포함한 농촌진흥청 내 선배들이 후배들과 직접 만나 농촌진흥청의 입사 루트라든지, 이 분야 일이 가진 매력들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후배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선배의 역할을 통해 모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미래, 농업 분야를 빛낼 연구자를 꿈꾸는 열정 있는 후배님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함께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만들어 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