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사상》신인상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한 양수호 학생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4학년 양수호 학생이 계간 《시와사상》신인상에 당선돼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다. 계간《시와사상》은 2019년 하반기 시행한 신인상 당선작으로 양수호 학생의 ‘멸종’ 등 5편을 겨울호에 발표했다. 양수호 학생은 고양예술고 문예창작과 졸업생으로 고교 재학 당시 경상남도교육감상, 경상북도도지사상, 경인일보사장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 외 유명 백일장에서 다수 입상한 바 있다. 또한 대학진학 후에도 독립 문예지 《영향력》에 시를 발표하는 등 창작 활동을 이어 왔다.

Q.  문예지 《시와사상》 신인상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정식 등단하게 되었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서울에서 머물며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전위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신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제게 시를 가르쳐주신 강성은 선생님과 이영주 선생님을 뵈어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 문단 사회에 던져졌다는 것이 실감 났습니다. 고교 동창인 장성호 시인의 소개로 현재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시인들인 이설빈 시인과 이희형 시인을 만나기도 했는데, 선배 시인들과 가진 시간을 통해 시인이 양산되는 시대에 양산형 시인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 시인들이 제게 준 자극과 조언은 앞으로도 유효할 거라 믿습니다.

Q.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출신입니다. 시를 쓰게 된동기는 무엇인가요?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왔기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부모님은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없앤 대신에 세계문학전집과 명저들을 사주셨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조력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문학 아카데미에서 동시와 시, 동화를 배웠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하고서도 틈틈이 지역과 전국 단위 백일장에서 많은 상을 받았고,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에 입시 시험을 치르고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Q.  고교 재학 당시에도 다수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본인의 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썼던 ‘장마’라는 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장마’는 아버지와 함께 장례식장을 향하는 모습을 화자가 관찰하는 서사 구조로 진행되며, 화자는 그 과정을 시로 창작합니다. 시 안에서 시가 창작되는 메타포 형식의 시입니다. 예술고등학교는 재학생들의 실기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매달 실기 시험을 시행합니다. ‘장마’는 고교 재학 당시 실기 시험에서 첫 1위를 안겨주었고, 타향살이와 수험생 생활에 지쳐 있던 제게 큰 용기를 준 작품입니다.

Q.  현대시는 난해하다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현대시를 배웠고 창작하는 입장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시를 소비하는 다양한 계층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난해하다고 막연히 거부하거나, 언어 예술이니 반드시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느낌과 감정으로만 감상하는 것도 현대시를 음미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봅니다. 지성을 쌓기 위해 현대시를 소비하기보다는 미술관과 음악회에 가듯 교양과 감각을 단련시키기 위해 현대시를 소비한다면 그 거리감은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시와사상》 당선작 중 ‘멸종’을 보면, 평범한 공간을 독특하게 변형하여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적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흡입력 있는 시를 쓰기 위해 평범한 공간을 시에 끌어오는 일이 많습니다. 표제작인 ‘멸종’을 접한 독자들이 앞으로 무인 빨래방이라는 공간을 경험할 때 제 작품을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평범한 공간에서 평범한 이미지와 서사가 그려진다면 그건 실패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와 이미지를 직조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것이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작품을 창작하고 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시를 창작하는 건 타자에게 전시되는 작업이라는 걸 항상 전제하고 있습니다. 시적 영감은 예측할 수 없는 것에서부터 오지만 독자의 관점에서 그것이 비문학적이나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내적 세계와 분리해 객관화시키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아직 완성도와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요즘은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대학 전공 분야가 양수호 시인의 시적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사회학은 세상의 바닥에 맞닿게 해준 학문입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가난과 사회의 층위들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이론이나 《구별 짓기》와 같은 저서에서도 나타나듯 사회는 문화적 취향만으로도 계급이 분화되어 있습니다. 우리 대학 사회학과에서는 문화, 정치, 인권, 민족주의, 과학논쟁, 산업 구조 등 다양한 의제를 두고 수업이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수업이 토론식으로 진행되고, 능동적인 태도와 자의적인 독서가 뒤따르게 됩니다. 이러한 학풍은 사유의 깊이와 확장을 모색하게끔 합니다. 또 삶의 명제들, 사회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감정과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답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사회학과 교수님 모두 제게 큰 영향을 주셨습니다. 특히 정진상 교수님의 <사회구조론>, 김명희 교수님의 <과학과 사회>, 강수택 교수님의 <현대사회학이론>, 김중섭 교수님의 <사회학특강>과 같은 강의들은 흔히들 말하는 인생 강의로 꼽을 수 있습니다. 20대들의 정서를 관통하고 있는 소통 단절이나 냉소적인 모습들도 사회학을 공부했기에 시적 세계로 전이시킬 수 있었습니다.

Q.  시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향후 계획은 시집 발간을 목표로 대형 출판사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리고, 주요 문학상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또 다양해진 플랫폼을 통해 지속해서 작품을 발표하는 것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시인 페터 한트케의 말을 빌리면 “우리의 삶도, 시도 모두 실패하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성공보다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시를 쓸 때도, 삶의 어려운 순간들에 직면할 때도 도전적인 태도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