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1월의 여름

1월 14일, 우리는 마닐라를 향해 출발했다. 약 3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이 끝나고 마닐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캐리어와 공용 짐을 가지고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가는 와중에 습한 공기와 날씨의 급격한 변화가 필리핀에 도착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버스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호텔에 도착했고 생각보다 좋은 호텔을 구경할 틈도 없이 바로 잠에 들었다.

둘째 날의 일정은 필리핀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관광지인 수빅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조금 동 떨어진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준비했던 다양한 일정들이 취소된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오후에 비나로난으로 출발해 9일 동안 묵을 우리의 숙소에 도착했다. 어제 묵었던 숙소와는 느낌이 달랐지만 우리 팀 여자 조원 3명이 한 방을 써서 좋았다. 이 날은 유독 버스를 탄 시간이 너무 길었던 나머지 3명 모두가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했다.

셋째 날부터 본격적인 공동 수행 대학교인 UEP 대학교에 가는 날이었다. 도착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우리를 반겨주어서 마치 연예인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태권도, K-pop 등 다양한 공연과 UEP 학생들이 준비한 다양한 공연을 진행하며 출정식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오후에는 우리가 진짜 봉사를 하러 갈 초등학교로 출발했다.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아이들이 우리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K-pop 춤을 추며 환영식 및 오리엔테이션을 잘 마무리했고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서 나머지 팀들은 수업을 하고 우리 팀은 벽화를 그릴 장소에 어떤 크기로 진행을 해야 하는지 구상 정도만 했다. 그러다 갑자기 선생님이 페인트를 사 오셔서 배경색을 칠하고 위에다 연필로 스케치를 하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17일인 넷째 날, 벽화 작업을 준비했다. 어제는 준비한 재 료를 가져오지 않아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분필을 가지고 제대로 스케치를 그려보았다. 우리는 ‘뽀로로와 친구들’을 벽에 그리기로 정하고 작은 벽에는 필리핀과 한국 국기를 그려 작은 포토존을 만들었다. 스케치를 한 후 색칠작업에 돌입하며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각자 맡은 캐릭터를 칠하고 나니 어느 정도 완성되어 가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뿌듯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펌프 수리, 지붕 도색 작업, 화장실 시멘트 묻히기, 책상 만들기 등 다양한 작업을 하였다. 꿀 같았던 이틀의 주말은 2초처럼 지나가고 다시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준비를 끝마치고 초등학교에 도착한 우리는 벽화 마지막 작업에 돌입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서로 욕심이 생겨 자꾸 무언가를 추가하고 추가해서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 날은 정말 일만하다 끝난 하루였다.

다음날에는 벽화 마무리를 목표로 작업을 시작했다. 글자도 새기고 번지거나 덜 색칠된 부분을 채워가며 완성을 향해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갔다.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뽀로로”라고 외치며 “귀엽다, 예쁘다” 외쳤던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너무 뿌듯했고 그동안 흘린 땀방울이 너무 값졌던 순간이었다.

이처럼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마지막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고 슬펐다.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를 반겼고 마지막 날 유독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나의 핸드폰을 가져가서 자기들이 사진을 찍고 나를 찍어주고 점심을 먹기 전까지 계속 붙어 있었다.

그날 오후, 드디어 우리가 열심히 연습해 온 춤을 추는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필리핀에서 각자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맞춰 사서 끼고 벽화 작업할 때 입은 ‘몸빼 바지’를 입으며 춤추었다. 춤을 추는 5분의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갔고 ‘조금 더 준비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아이들이 좋아했다.

모든 일정이 끝났다. 남은 것은 아이들과의 이별뿐이었다. 여느 날처럼 똑같이 인사를 하고 우리에게 뛰어오는 아이들에게 정감을 느꼈지만 이제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안나고 아쉬웠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우리 경상대학교 봉사단은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UEP 대학생들과 초등학생들 그리고 숙소에 있던 절친한 직원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전히 연락을 하는 중이다.

나의 친구들이 해외봉사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꼭 해외봉사를 다녀오라고 추천할 것이다. 4년 동안 학교를 다니며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는 것이 나의 바람인데 해외봉사는 과분할 정도로 얻은 것이 많았다. 정말 좋은 친구, 언니, 오빠, 동생들과 비나로난의 순수한 아이들, 너무나도 훌륭하신 선생님들을 만나 행복했던 1월이었다. 필리핀에서 1월의 여름을 같이 보낸 2018 동계 해외봉사단 여러분,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

Love you,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