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 싶은 그곳’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김정은 학생( 지질과학과4)

해외봉사. 대학생이 되면 꼭 한번 해봐야지 생각하던 꿈이었다. 내 주위 많은 사람들이 다녀왔고,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해외봉사에 대해선 따로 많이 들어왔다.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고 싶은 열망은 더 커졌다. 4학년이 된 나는 해외봉사 기간과 겹친 기사 실기시험을 포기하고 해외봉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실 신청서를 제출할 땐 어떤 팀에 지원할지 꽤 고민했다. 초등학교 때 사물놀이부로 활동하며 상도 많이 타고 정말 재밌게 한 기억이 생생해 나는 결국 ‘한국문화팀’에 지원 하게 된다. 물론 사물놀이에 손을 뗀 지 10년이 지나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그 걱정은 팀원들과 만나 연습을 하며 이내 줄어들었지만. 우리 한국문화팀은 다른 팀에 비해 자주 만나 연습했고 중간평가 때 봉사단원들, 선생님들께 좋은 평도 들어 뿌듯했다. 결국 서류평가와 면접을 거쳐 그렇게 바라던 해외봉사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사물놀이도 열심히 연습한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우즈벡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드려야지 다짐했다.

“한지공예, 종이접기로 채운

우리들만의 시간”

우즈베키스탄에 한국 문화를 전하다

손꼽아 기다리던 출국 날이 다가왔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7시간 반 비행을 거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바로 잠이 들어 다음날 일찍 아침 구보를 했다. 조식을 먹고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시온고 마을 아리랑 요양원으로 향했다. 고려인 요양원인 이곳에서 우린 꽹과리, 장구, 북을 하나씩 둘러메고 출정식을 가진 뒤 마을 아이들에게 초대장을 건넸다. 한국 문화를 통해 더 많은 인연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한지공예가 주제인 교육 첫날, 아이들이 먼저 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지를 하나씩 뜯어 풀로 붙여야 해서 귀찮아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따라와 주었다. 우리 팀의 두 번째 교육은 종이접기였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종이를 접었다. 내가 한복을 접어드리니 어르신들이 매우 좋아하셨다. 특히 박루바 할머니는 전에 왔다간 우리 대학교 선배들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는데, 고작 며칠 왔다 가는 우리를 기억해주시니 죄송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울컥했다. 할머니는 과자와 사과를 챙겨주시며 우리를 배웅해주셨다. 이날은 봉사활동 기간 중 가장 먹먹했고 생각도 많던 날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날 시간

주말이 왔다. 주말 동안 나는 차르박 호수, 침간산, 김병화 박물관, 아쿠아파크, 타슈켄트 중심가를 돌아다녔다. 스키장 리프트로 오른 침간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압권이었다. 승마를 처음 해보았고 아쿠아파크에도 들러 신나게 놀았다. 꿀 같은 주말을 보내고 다시 교육 날이 돌아왔다. 사실 교육이라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장구 만들기를 했는데, 교육 전날 밤 아이들이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팀원들과 종이접시 몇 백 개를 일일이 자르고 펀치로 구멍을 내며 교보재를 준비했다. 다음날 우리들의 정성으로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장구를 만들고 두드리며 노는 모습을 보니 내심 뿌듯했고 피로도 가셨다. 마지막 교육 날에는 아이들에게 한국과 관련된 귀여운 타투 스티커를 붙여줬다. 또 쉬는 시간엔 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릴 영정사진을 액자에 넣는 작업을 했는데 영정사진이라 하니 괜히 슬퍼졌다. 아리랑요양원에서 마지막 날 해단식과 더불어 한국에서 열심히 준비한 각 팀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시작은 우리 한국문화팀 사물놀이. 준비했던 것만큼 잘 보여주고 온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교육 첫날 우리 팀 통역사 인지라가 팀원들에게 러시아 이름을 지어주었다. 내 이름은 천사라는 의미를 지닌 ‘안겔리나’였는데, 교육 기간 동안 아이들은 내 이름을 잘 기억해주었다. 정말이지 이곳에서 접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오래 갈 것 같다. 특히 마지막 날 내 이름을 불러주며 아쉬운 눈으로 내게 안기던 아이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통역을 도와준 인지라와는 선물 교환을 하고 인스타그램 소통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나에게도 그랬듯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리고 아이들 모두에게 지난 시간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단식을 뒤로 하고 우린 5시간 거리에 있는 사마르칸트로 갔다. 사마르칸트에서는 사마르칸트 국립대학 한국어과 학생들과 버디프로그램을 했다. 서로 준비한 공연들을 보여준 뒤, 한국어과 학생들이 우리의 통역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함께 레기스탄 광장, 모스크, 시장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아프로시압 박물관 견학을 끝으로 해외봉사단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아리랑요양원에서 정든 할머니, 할아버지와 ‘슨생님! 슨생님!’하며 우리를 부르던 마을 아이들, 넘어져 무릎이 깨진 아침 구보길, 엄마 김치찌개를 잊게 해준 한식당, 심하게 달고 맛있었던 과일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우즈벡에서 보낸 시간들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빛날 것 같다. 이 해외봉사를 주위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