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현순 동문이‘ 코리안 아메리칸 안수산 연구’라는 논문으로 2017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20여 년 동안 여성운동단체 회원으로 활동해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박현순 동문은 향후 박사과정에서‘ 이주한인공동체 내에서 여성의 역사’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문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여성의 역사를 창조하는 과정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알려지지 않은 여성 인물을 발굴하고자 했습니다. 석사과정을 밟는 동안 주체적인 삶을 살았거나 시대적 한계를 극복한 여성들의 역사를 발굴해내기 위해 틈틈이 신문을 스크랩하고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살았을지라도 여성으로서 관습과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면 누구든지 연구 대상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사적인 맥락에서 간과되었던 여성 인물을 찾아야겠다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발굴한 인물이 안수산이었습니다. 안수산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계몽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도산 안창호의 딸이기도 하지만 중첩된 차별과 억압 속에서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미국 주류 사회에 속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진보적인 페미니즘 사상가도 아니었고 여성운동을 이끈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안수산은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젠더적 편견과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인물이었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론이 정립되기 이전의 시대를 살았지만 그는 이미 페미니즘적인 사상을 가졌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 그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차원에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수산’이라는 인물과 그 업적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수산은 1915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산 안창호와 이혜련 여사의 장녀로 출생하여 2015년 향년 100세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두 세기에 걸쳐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딸이라는 사실만 주로 부각되어 있는 것과 달리 미국 사회에서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여러 개 가진 인물로서 비중 있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안수산은 제2차 대전 중 차별받은 소수 인종이면서도 미 해군에 자원입대하여 아시아 여성 최초의 해군 장교, 미 여성 최초의 항공 포격술 장교가 되었고 미국 해군의 엘리트 암호 해독 팀 대위를 거쳐 미국 국가 안전보장국에서 소비에트 전담 비밀정보 분석가로 활동했습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안수산은 독립운동가의 딸로서 한국과 끊임없이 소통했고, 동시에 한인 이민 개척자들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미국 내 한인 공동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할애했습니다. 이러한 성취로 그는 미국 역사에서 소수민족의 통합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석사논문을 쓰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안수산에 대한 자료를 모아보려 했지만 국내에서는 2003년 번역 출간된 그의 전기 『버드나무 그늘 아래』 외에는 별다른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수산 여사가 생전에 살았던 집을 방문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2017년 1학기 종강에 맞추어 안수산 여사의 자취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정리한 자료들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 한 학기는 오롯이 자료들을 읽고 분석하는 것에 투자해야 했습니다.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안수산과 관련된 신문기사들을 읽어야 했고 생전에 여러 기관에서 인터뷰한 자료들과 연극 대본 등을 번역해야 했는데 영어가 짧은 저에게 영문으로 된 자료를 번역하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국내에서나 미국에서나 한 번도 연구된 적이 없는 인물을 소개한다는 것은 처음 논문을 써보는 저에게는 크나 큰 모험이었습니다.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그간 간행되었던 신문기사들과 그의 전기 인터뷰 등이 전부였습니다. 자체적으로 분석한 자료만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연구 방향과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박사과정에서는 안수산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미국 이주 한인 공동체 내에서 여성의 역사로 연구 범위를 좀 더 확장시키고 싶습니다. 안수산이 속했던 한인 공동체 내에는 개인 목표의 성취를 통해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는 여성만 존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삶이었지만 미국 한인 공동체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에도 간과되고 있는 개척자적인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사진 혼인’으로 이주해 미국 한인 공동체의 유지에 기여한 ‘사진 신부’들도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이주 한인의 역사에서 기존 역사가 그래왔듯 여성들의 역사는 배제되어 왔습니다. 한인 공동체 내부에서 여성들은 정치적 역할이나 사회적 변혁 운동과는 무관하게 온전히 개인의 삶을 묵묵히 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의 삶을 모두 역사화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