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향은 어디신가요? 동문님에게 진주 그리고 경상대학교는 어떤 곳이었나요?

서울시 시흥동에서 태어났지만 초·중·고등학교를 부천에서 다녔기 때문에 제 마음의 고향은 경기도 부천시입니다. 낯설고 새로운 곳이었던 진주는 경상대학교를 입학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지금은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진 강의동, 탁 트인 도서관 앞, 고갈비가 맛있는 기숙사 옆 포장마차, 진주 유등축제의 불꽃놀이, 여름 냄새 물씬한 진양호의 밤. 그리고 이 모든 곳에서 친구들과 쌓은 정겨운 추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Q. 평소 책을 좋아했나 봅니다. 도서관을 짓겠다는 꿈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꾸게 된 것인가요?

초등학교 때 집에 위인전 전집이 있었는데 저는 늘 그것을 끼고 살았습니다. 당시엔 공공 도서관이 거의 없었고 학교에도 읽을 만한 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역사 인물에 대한 내용은 수십 번을 반복해 읽었습니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에 함께 흥분했고, 정몽주의 죽음에 안타까워했으며, 장영실의 발명품에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위인전 다음에 몰입한 책은 ‘먼나라 이웃나라’였는데, 특히 로마시대 역사에 흠뻑 빠졌었죠. 도서관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지자체에 오고 나서였습니다. 우수한 도서관을 지어 많은 주민들이 좋아하며 이용하는 것을 보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덕을 본 동네 공공독서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공공도서관 열람실 등이 많은 참고가 되었고, 또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독서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영어, 미술, 다문화, 건강특성화도서관을 지었습니다.

현재는 양천구를 대표할 중앙도서관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지금 이 시기에 이룬 성취를 흐뭇한 미소를 되새길 수 있을 것 같아요.

Q. 20대 중반까지 힘들게 살아오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동문님의 20대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암흑기’, ‘흑역사’. 요즘 이 단어를 언급하는 것은 참으로 조심스럽습니다. 청년실업률이 최고치인 현 시대 많은 청년들에게 이 말들이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설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한창 날개를 펼치고 싶었던 20대 초중반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학업과 연애 및 인간관계의 끈을 놓아버린 시기가 있었습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20대 청춘의 시기에 마주해야 했던 ‘정체되고 후퇴하는 현실’과 ‘막막하고 빛이 보이지 않는 미래’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수년간의 추락하는 듯한 시기가 지난 후 저는 새 출발을 결심했고 그때 인연이 된 곳이 경상대학교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장학금 지원을 받으며 용기를 얻었고, 좋은 동기들과 훌륭한 교수님들도 만나게 되어 다시 일어 설 수 있었습니다.

Q. 동문님의 사례는 행정학과, 나아가 우리 대학교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기금 모금 참여 이후 신문과 소식지에 저의 이야기가 실리는 지금 상황이 많이 당황스럽고 부끄럽습니다. 저보다 귀감이 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도 지난 제 과거를 떠올려 보며 청춘, 인생의 꽃과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삶에서 무슨 일을 선택하거나, 선택한 일을 하는 데서 어려움이 생기면 그런 때일수록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면 좋을 듯합니다. 사람마다 모두 생각이 다르겠지만 어떠한 것이든 괜찮습니다. ‘나는 세상에 나아가 이렇게 살아가리라’는 젊을 때 그 생각은 지금까지 제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때로는 액셀이 되어 삶에 추진력을 더해주었으며, 때론 브레이크가 되어 절제할 수 있는 ‘인생의 추’가 되어주었습니다.

어느 시집에서 읽은 ‘젊은 날은 나이가 들어서도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구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부끄럽지 않을 자기 자신을 마음껏 꿈꾸는 후배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