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농업 세계 일주 경험을
영화로 담아내다
권두현 동문(원예학과 12학번)
現 경남 산청 소재 딸기농장 운영
‘해외의 농업이 궁금했다. 그래서 떠났다. 떠난 김에 영화도 찍었다.’ 말하기야 한없이 단순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은 이 일련의 과정을 ‘개척 정신’으로 해낸 청춘이 있다. 현재 경남 산청 소재 ‘온나딸기농장’을 운영 중인 권두현 동문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개척’이란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영화 ‘파밍보이즈’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집안의 농사일을 도우며 생산적인 일만 하는 제 자신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해외에는 어떤 농장들이 있는지, 외국의 농부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했죠.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홀로 농업 세계 일주 여행을 준비하던 중 지인을 통해 ‘비상식량’이라는 이름으로 저와 비슷한 내용의 여행을 계획 중인 친구 두 명을 소개받았습니다. ‘혼자보다는 셋의 여행이 훨씬 재미있고 많은 걸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우리는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으나 때마침 영화 제작자로부터 우리를 찍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견문을 넓히고자 했던 우리의 농업 여행은 영상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좀 더확장되기 시작했죠.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건 좋은 취지였으나 사실 우리는 영상 제작 분야에 비전문가입니다. 하루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간을 영상으로 찍다 보니 우리가 농부가 되려는지 촬영기자가 되려는지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당초 여행을 떠난 목적이 흔들리다 보니 팀원들 간에 불만이 점차 쌓이기도 했죠. 하지만 각자 휴식을 가진 후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우린 다시 뭉쳤습니다. 그렇게 나온 영상이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파밍보이즈’는 권두현 동문의 인생에 어떤 의미인가요?
‘파밍보이즈’가 없었더라면 저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을 거예요. 2년 동안 13개국 35곳 농장을 다니면서 보고 배운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네덜란드에는 아니타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샤팬스트릭 농장이 있습니다. 그곳에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 동물 그리고 자연과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죠. 병원에서 약을 먹으며 치료받아야 될 일을 네덜란드에선 농장에서 하고 있었기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저 역시 농장 주인의 삶과 철학이 담겨 있는 농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단순히 생산만 하는 농장이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는 농장. 여행 이후 인생의 길이 달라진 거죠.
경상대학교가 권두현 동문의 인생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 있나요?
저는 원래 타 대학 조선공학과에 다녔어요. 농사에 관심을 가진 이후 경상대학교 농대 원예학과로 편입을 하게 되었죠. 실험실에서 교수님, 석·박사, 그리고 학부생들과 2년 동안 생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고 GPP(개척인 해외탐방 프로그램)라는 프로그램으로 농업 선진국인 유럽을 탐방해 보기도 했어요. 또한 졸업 후에는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을 통해 농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며 농부들과 소통을 하기도 했죠. 경상대학교는 견문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는 결국 ‘해외의 농업과 농장은 또 어떨까?’라는 궁금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문으로서 모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요즘에는 현실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많이 있어요. 자신한테 조금 더 어울리고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으로서 그런 선택이라면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자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파밍보이즈 (2017. 7.13. 개봉)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장세정, 변시연, 강호준
출연 권두현, 김하석, 유지황
세 청년이 모여 무일푼 농업 세계 일주 도전을 결심한다.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청춘들의 농업 로드 무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