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추억을 남긴

필리핀 봉사

글. 한국문화팀 안효성(제어계측공학과 2학년)

여러 미디어를 통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다른 나라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인 기부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인격적으로 교제하며 조금 더 직접적인 봉사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교내에서 하는 해외봉사 활동을 알게 되었다.
지원 후, ‘한국문화팀’으로 선발되어 2017년 1월 9일부터 21일까지 13일간 필리핀 비나로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떠나기 전, 체력단련과 장기자랑 준비

선발된 이후에는 1주일에 한 번씩 체력단련을 하고 팀원들끼리 회의를 하며 봉사활동 준비를 하였다. 체력단련이 봉사활동과 무슨 상관일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해외봉사를 여러 번 다녀오신 선생님의 확고한 의지를 믿으며 꾸준히 체력단련에 참가했다. 여러 번 하다보니 확실히 좋아진 체력을 느낄 수 있었다.

팀 회의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준비를 해가면서 ‘과연 그곳의 아이들이 잘 따라올 수 있을까?’ 라는 우려와 함께 기대감도 커져 갔다.

동시에 팀별로 장기자랑을 준비했다. 우리 한국문화팀은 노력봉사팀과 단일팀을 이루어 부채춤을 추게 되었다.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지만 유튜브에서 부채춤 영상을 찾아서 그것을 토대로 연습을 시작했다. 한 동작씩 따라해 가며 연습하다보니 어느새 모양새가 갖춰졌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부채춤을 춰 볼 기회가 없었을 텐데 이렇게 접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딱지치기, 수건돌리기 등 놀이를 통해 친구가 된 시간

봉사활동은 필리핀에 도착한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필리핀 6·25참전용사기념관으로 향해 팀별로 준비한 장기자랑을 참전 용사 앞에서 선보였다.

이 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간다’와 ‘구아포’다. 마간다는 따갈로그어로 예쁘다는 뜻이고 구아포는 잘생겼다는 뜻인데 남녀를 바꿔서 사용하면 상대를 놀리는 의미가 된다. 아이들이 계속 마간다라고 놀려서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게 생각했다.

2일차 수업에는 우리나라의 전통 부채를 꾸며보고 그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남으면 아이들과 놀이를 했는데, 필리핀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인 ‘굿모닝, 미키마우스’라는 게임을 했다. 우리나라의 ‘스무고개’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혼합된 느낌의 게임이다. 그 외에 우리나라의 놀이인 수건돌리기를 가르쳐주고 함께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두 번째 날은 함께 놀며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3일차에는 한지를 이용한 전통 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전통 책을 만드는 과정을 3단계 정도로 나누어 한 단계씩 맡아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만든 전통 책을 아이들이 직접 가질 있어서 좋았지만 아이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많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최대한 직접 해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이 날은 생일이었는데 아이들이 축하해주어서 정말 기뻤다.

주말에는 필리핀 문화탐방으로 휴식

수업이 없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자유 시간이었다. 토요일에는 비나로난 지역의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전통시장을 구경했다. 남는 시간에는 쇼핑을 하고, 숙소에서 쉬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에는 ‘바기오’로 문화탐방을 갔다.

필리핀 사람들도 꽤 많이 나들이를 나와 있었다. 상점이 아주 많았고 높은 산이라 경치가 좋았다. 대통령 별장에 가서 사진도 찍었다.

월요일에는 4일차 수업이 진행되었다. 4일차에는 한국 전통악기인 장구 모형 만들기와 수건돌리기, 봉사 단원들이 장기자랑으로 준비했던 춤을 추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모여들고 구경하였는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다음날에는 시청에서 공연을 했다. 한국 팀 중에 가장 마지막에 부채춤을 추었는데 다행히 큰 실수 없이 공연을 마쳤고 편안한 마음으로 필리핀 학생들이 공연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 보는 필리핀 문화가 아주 신기하면서도 멋있었다. 그렇게 식이 마무리 되고 김밥과 잡채 등 한국 음식을 먹기도 했다. 오랫동안 부채춤 연습을 해왔는데 끝까지 잘 해내어서 기분이 좋았고 홀가분했다.

아이들과의 이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마지막 날에는 학교에 가서 졸업식을 하고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슬퍼서 우는 아이들도 있었고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네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착잡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아이들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 다음에는 필리핀 한국대사관 방문, KEB하나은행 필리핀 마닐라 지점과 안경회사 VERONA OPTICAL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 참여해 필리핀의 역사와 경제, 해외취업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그렇게 길고도 짧은 필리핀 해외봉사가 끝났고 지금은 한국이다. 2016년도 2학기부터 해외봉사를 준비했는데 2017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오랫동안 준비하다 보니 빨리 갔다 오고 싶었는데 막상 끝나니 무언가 아쉽고 섭섭하다.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러 갔지만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배워왔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그곳의 아이들, 필리핀에서 만난 많은 사람과 그때의 추억을 나누며 이야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학생처 선생님들, 청일점을 챙기느라 고생하고 같은 팀이어서 좋았던 한국문화 팀원들, 연습하느라 많은 시간 함께 고생하고 절대 잊지 못할 생일을 만들어준 부채춤 팀원들, 그리고 부족한 나를 챙겨주신 해외봉사단원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