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준

 

실천적 지식과 경험

 

글. 윤덕성(인문대학 철학과 4학년)

 

우리 대학교는 국제적 현안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매년 하계·동계 해외탐방(Global Pioneer Program)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탐방주제를 정하고, 그와 관련된 외국의 교육 및 산업현장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하계 GPP에 선발된 14팀 중 우수 탐방 팀으로 선정된 다르샤냐팀(Dar)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를 돌며 ‘축산분야 동물복지’에 대한 법안과 마케팅, 인식 등을 주제로 GPP 탐방에 나섰다.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6일까지 약 2주에 걸쳐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이내믹했던 첫 출발

2주 남짓한 GPP 일정이었지만, 그를 위한 준비는 몇 배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떠나는 비행기에 올랐을 때, 이번 여행이 부디 성공적으로 끝나길 열렬히 소망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잘 풀릴 수는 없는 법. 우리의 GPP 활동은 첫날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출발 당일인 7월 21일, 우리들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런던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으로 향하는 도중 기상악화로 겨우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는 10여 년만의 악천후로 인해 더 이상 비행기가 뜰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야만 했다. 때문에 런던 도착이 하루 늦춰졌고, 그 결과 영국의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및 그들이 동물복지 기준을 시행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 RSPCA Assured와의 미팅 일정에 맞출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항공사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부랴부랴 다시금 RSPCA의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아마 이때 누구보다 힘들었던 팀원은 RSPCA와의 연락을 담당했던 이상민 학우였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은 잘 풀렸고, RSPCA의 담당자였던 Paul Littlefair 씨는 주말임에도 우리와 만나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RSPCA에서 배운 유럽의 동물복지 정책

 

우리는 일정보다 한발 늦게 런던에 도착했지만 Littlefair 씨의 친절 덕분에 런던에서 예정했던 일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

 

주말인 탓에 RSPCA의 Littlefair 씨 외에 RSPCA Assured의 다른 직원 분과는 만날 수 없었지만, Littlefair 씨를 통해 그 분이 준비해준 자료를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RSPCA는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약 200년 역사의 동물복지단체다.

 

우리는 Littlefair 씨와의 미팅을 통해 동물복지단체로서 RSPCA의 지향점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들, 그리고 영국을 필두로 유럽의 동물복지가 점차 발전해온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팀원들은 ‘돼지’라는 가축에 주된 초점을 맞추고 이번 GPP를 시작했지만, RSPCA의 Littlefair 씨와의 만남은 현재 동물 복지의 최전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활동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동물 복지의 현주소를 보기 위해 찾아간 축산 농가

 

7월 25일, 다음 일정은 독일 브레멘이었다. 브레멘에서 만나기로 한 기업은 축산과 관련된 시설 및 장비를 만드는 Big-Dutchman으로 전 세계에 100개 이상의 지사를 두고 있는 축산분야 시설 공급과 장비분야의 선두 기업이다.

 

기업의 사정상, 전체 팀원이 방문할 순 없었으며, 팀장인 서장훈 학우와 영어능통자인 이상민 학우가 방문하기로 하였다.

 

비록 팀의 일원으로서 Big-Dutchman의 미팅에서는 특별한 일을 할 수 없었지만, 그와 별개로 팀의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는 사실만큼은 만족스러웠다.

 

독일 브레멘에서 1박 2일의 아주 짧은 일정을 끝마친 뒤 7월 27일, 프랑스로 넘어가 프랑스 축산 기업인 Cooperl의 농가를 방문했다. Cooperl는 프랑스 최대의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농장조합형 기업이다.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간 돼지 농장 안에는 수많은 돼지와 그러한 돼지들을 관리하기 위한 첨단 기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상상 이상으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농장은 실제 현장에서 상업적이익과 동물복지 사이에서 기업이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훌륭한 표본이었다고 생각된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GPP

 

뒤이어 만난 프랑스의 대표적 동물보호단체인 Welfarm은 영국의 RSPCA와 같은 동물복지단체였는데, RSPCA와 달리 상당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오히려 이러한 프랑스의 동물복지 단체들로부터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Welfarm과의 미팅에서는 그러한 점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인적으로 철학과 대학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윤리학을 세부전공으로 삼고자 하는 만큼 동물복지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중요한 토픽이다.

 

실제로 현대 윤리학에서 동물복지라는 주제는 매우 뜨거운 감자로 피터 싱어, 톰 리건, 윌 킴리카 등의 윤리학자들이 이 주제를 가지고 여전히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번 GPP는 바로 이러한 주제에 대해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었던 시각은 동물복지가 어떤 이유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 GPP를 통해 배운 것은 그러한 동물복지가 어떤 형태로 진행되어야 하는가 하는 매우 실천적인 지식과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