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잎 추출

노후를 선물하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건강 유지를 위한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이다. 하지만 40대 중반부터 그 양은 급감하며 갱년기 질환, 피부노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에스트로겐 호르몬 제제를 사용하고 있으나 부작용과 비용 문제로 식물성 에스트로겐 대체제 개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세계가 대체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과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은 우리 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환경생명화학과 박기훈 교수팀이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일반 콩잎을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고 함유된 파바톤 콩잎으로 전환하는 재배 기술과 이를 활용한 기능성 소재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유전자 조작 기술이 아닌, 대사체 생산농업으로 안전성 입증

인류의 식량 생산 부족과 고갈은 유전자 재조합생물체(GMO)를 만들어냈다. 이는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만을 골라 다른 생물체에 적용시켜 탄생한 새로운 품종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18개 작물, 108개 품종의 GMO가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지만,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산물이기에 그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박기훈 교수 연구팀은 ‘대사체 생산농업’을 이용해 안전성의 논란에서 자유롭다. 대사체 생산농업은 특성 생리활성 물질의 함량을 높여 작물을 고부가가치의 생물소재로 전환하는 기술로서 식의약 소재개발 분야의 혁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박기훈 교수는 연구 초반 식물호르몬과 활성대사체와의 상관관계부터 연구했다. “두 물질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던 중 식물노화와 관련된 호르몬인 에틸렌이 콩과작물 잎의 식물성 에스트로겐 축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고함유된 파바톤 콩잎을 개발하는 대사체 생산농업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박기훈 교수의 연구 결과는 농업 및 식품 소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미국농식품학회지』(J. Arg. Food Chem., 2016, Multidisciplinary Agriculture 분야 랭킹 1위)에 9월 27일 게재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무려 7년 만에 거둔 성과이다. “기초연구 결과를 실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7년 동안 콩 식물체 재배면적을 10㎡부터 1만 5000㎡까지 넓혀가며 도전과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열정으로 꽉 찬 젊은 과학도들이 함께해 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내년부터 파바톤 콩잎 활용한 제품 출시 가능

파바톤 콩잎 재배기술은 현재 경쟁기술이 없고, 특허로 원천기술이 보장되어 있어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대사체 생산농업기술로 개발된 파바톤 콩잎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체 중 가장 많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식약처 허가 기준)을 함유하고 있다. 일반 콩(0.4mg/g~2.3mg/g)보다 파바톤 콩잎(10mg/g~13mg/g)이 무려 5배 이상 높다.

“갱년기 동물모델을 통해 효능을 확인한 결과 지방 축적 감소, 골밀도 향상과 콜라겐 합성 증진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할 수 없고 파바톤 콩잎은 파종에서 수확기간이 60일 이내로 짧아 2~3모작이 가능해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많은 효과를 가진 파바톤 콩잎은 앞으로 갱년기뿐만 아니라 피부미용 소재로 활용될 전망이다. 재배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있으며, 특히 안전성이 입증된 생물 소재이기 때문에 실용화 및 제품화가 내년부터 가능할 것이다. 현재 대기업 L사와 벤처기업인 J사에 정액기술료 16억 원과 1~3%의 경상실시료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박기훈 교수는 계속해서 이 대사체 생산농업기술을 다양한 작물에 적용시켜 파바톤 콩잎보다 고부가가치의 생물소재를 발굴하고 실용화시켜 우리나라 농업발전에 기여하고픈 꿈을 갖고 있다.

더불어 더 많은 청춘들이 연구자로 성장해 국가경쟁력 향상에 큰 힘을 보태길 바란다는 소망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