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소중한 추억
우리 대학교는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 거주 지역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에서 7년째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해외봉사단은 기록촬영팀과 노력봉사팀, 적정기술팀, 레크리에이션팀, 한국어교육팀, 한국문화팀, 태권도팀까지 모두 38명으로 구성되었는데, 나는 그 중 레크리에이션팀에서 활동했다.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9일까지 2주간 그곳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동포들과 후손들을 돕고, 서로의 문화를 통해 소통했던 그 아름답고 뿌듯했던 시간을 소개한다.
글. 현연진
경영대학 경영학과 3
설레는 첫날, 따뜻했던 첫인상
해외봉사단에 합격한 이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첫날인 6월 27일, 비행기에 몸을 싣고 우즈베키스탄으로 향
했다. 긴 비행을 하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도착해 짐을 찾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룸메이트를 배정받고 짐을 풀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둘째 날인 6월 28일에는 본격적으로 아리랑 요양원에 있는 시온고 마을을 방문하여 출정식을 가졌다.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하여 아침구보를 한 후 아리랑 요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율리아 언니가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었고, 여러 가지 우리의 궁금증에 답해주며 재미있게 요양원까지 갈 수 있었다.
요양원은 생각보다 시설이 매우 양호했고, 에어컨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원장님의 매서운 잔소리에 움찔움찔 했지만 따뜻한 기운이 넘치는 곳이라는 것을 곧 느낄 수 있었다. 점심도 한국보다 맛있는 한식으로 푸짐하게 먹었고, 아이들을 요양원에 초대할 초대장도 예쁘게 꾸몄다. 우리를 도와 통역해줄 쿠스샤와 함께 동네를 돌며 초대장을 여기저기 나누어주었다. 초대장을 받고 밝게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설레고 앞으로의 일정들이 무척 기대됐다.
가장 힘들었던 공놀이 수업
다음날인 6월 29일, 열심히 준비한 수업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선 아이들의 이름표부터 만들었다. 선생님인 내가 아이들의 이름을 써주면 아이들은 각자 자기 이름을 쓰고 꾸몄다. 다음날부터는 공놀이와 국기 그리기, 색종이 접기, 풍선 아트 수업을 진행했다.
그 중에 가장 힘들었던 수업은 공놀이 수업이었다. ‘공의 재앙’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처음엔 페트병을 세우고 큰 공으로 볼링을 치려고 했지만 아이들이 기다리는 것을 너무 지루해 해서 급히 종목을 바꾸었다. 작은 볼풀 공으로 교실을 반으로 나누어 상대편 영역에 공을 많이 보내는 것이었는데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앉혀서 진행하다 보니 뒷줄에 앉은 아이들에게까지 공이 가지 않아서 불만이 속출했다. 공은 통제가 너무 어려워서 다 회수한 다음 남은 시간에는 동요를 따라 부르게 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너무 반응이 없어서 난감해 하는 레크리에이션팀에게 갑자기 어떤 아이가 빅뱅의 ‘뱅뱅뱅’을 틀어 달라하기에 틀어 주었더니 앞에 나와 춤을 추고 큰 소리로 노래했다. 그 덕에 남은 시간은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
여행과 휴식으로 에너지충전, 그리고 요양원으로!
힘들었던 평일 수업이 지나고 주말인 7월 2일과 3일에는 주변 관광을 다녔다. 토요일에는 침간산에서 리프트를 타고, 차르박호수, 김병화 마을을 구경한 후 전체 회식을 하였다. 일요일은 워터파크에 갔다. 전날 휴식으로 재충전을 해서인지 매우 에너지가 넘쳤다. 말 그대로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뛰어놀았다.
주말에 스트레스를 날린 뒷날인 7월 4일에는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야외수업이 진행되는 날이었지만 나는 요양원 봉사당번이어서 요양원으로 갔다.
오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손을 간단한 체조로 푼 다음, 부채에 그림그리기를 진행했고, 오후에는 화채 만들기를 했다. 매년 부채에 그림 그리는 활동은 있었지만 화채 만들기는 처음이라 어르신들이 신기해하고 더 좋아하셨다.
잘 있어! 타슈켄트
마지막 수업과 봉사가 있었던 7월 5일에는 그동안 함께했던 아이들, 어르신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아이들에게 연필깎이를 선물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큰 절을 올렸다. 해드린 것이 별로 없음에도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자꾸만 가슴이 찡해졌다. 뿌듯하기도 했지만 조금 더 준비해가지 못하고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자꾸만 아쉽게 느껴졌다.
7월 6일에는 제2의 도시인 사마르칸트로 이동해 그곳의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만나 서로 준비해 온 장기를 보여주고, 그들과 유적지를 구경하러 다녔다.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해주며 더욱 친해질 수 있었고, SNS로 친구가 되어 사진도 나누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7월 8일에 타슈켄트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길고도 짧았던 해외봉사를 마무리했다. 해외봉사를 통해 소중한 인연들과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은 소중한 추억을 얻어 가는 것 같다. 힘들기도 했지만 단원들과 함께 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소중한 기회를 갖게 해준 학교,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또한 이 계기를 발판삼아 더욱 성장해 나갈 나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