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타인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선뜻 내어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영기 명예교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1년 2월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의 자리를 떠났음에도 후학 양성을 위해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중(守中) 김영기 장학금’의 전달식이 있었다. 8월 4일 총장실에서 김영기 명예교수는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학생에게 300만 원의 생활 보조 장학금을 지급했다.

교단을 떠난 후에도 후학 양성에 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모교에 대한 은혜와 사랑 때문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전사로 무너져 내린 집안의 5남매 중 셋째인 장남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도 한 해 늦게 가까스로 입학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대학은 내 힘으로 다녀야겠다는 생각으로 진학한 곳이 ‘진주농과대학’이었죠. 학교신문사 기자, 공사판 노동, 입주과외 등 온갖 일을 하면서 정말 힘들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한 번도 등록금을 제 때에 내어 본 기억이 없을 정도니까요.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명문 농과대학에 진학한 셈이었습니다.

그 덕에 언론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고, 1983년부터 2011년까지는 모교에서 후배들도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모교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어떤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계십니까?

행정학과 정시 수석합격자, 즉 학생 스스로 역량을 입증한 사람을 골라서 생활보조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저의 작은 도움이 힘이 되어 최대의 역량을 발휘해 스스로는 물론이고, 나아가 행정학과와 모교가 빛나도록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교수로 재직 중에는 푼돈으로나마 어려운 학생들을 계속 도왔습니다. 장학재단과 연결시키거나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줘서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행시 1차 합격한 학생의 3년간 식비와 그가 서울 신림동 학원에 공부하러 갈 때 숙식비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학생들을 도우면서 장학기금을 모으자는 생각이 싹텄고, 마침내 ‘수중(守中) 김영기 장학기금’이 된 것입니다.

교수 재직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제자가 있다면?

제자로 있던 두 학생이 어린 판단으로 2학년을 마치고 육군 제3사관학교로 간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의 학적을 계속 유지시켜 주었고, 5년 뒤 이들이 학교로 돌아와 행정학과를 졸업하도록 도와 준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강춘성 총동문회장님을 모시고 사무국장으로 활동했었는데, 이때 ‘개척·사랑·헌신’을 동문회 이념으로 설정한 일, 한보건설 박유정 사장의 통 큰 지원을 받아서 총동문회 사무실을 대학 밖으로 옮겼고, 그게 종잣돈이 되어서 현재의 동문회관이 마련된 일, 동문회 행사를 음악과 체육 등 시민축제로 만들어서 동문회 이미지를 높이려고 적극 시도한 일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까지도 하혜수 교수(경북대, 한국지방자치학회장,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황성태 경기도 화성부시장, 국무총리실 최재원 새만금단장, 손광섭 기업은행 전 지점장 등 초창기 행정학과 제자들과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합니다. 그 외에도 많은 졸업생들이 공직에 진출해서 학과와 모교를 빛내고 있기에 항상 자랑스럽습니다.

경상대 가족으로서 바라본 모교의 모습은?

모교가 너무 오래 단과대학으로 머물렀는데, 좀 일찍 비전을 설정하고, 전략과 정책을 썼더라면 지금과 좀 더 다른 위상을 누릴 수 있었을 테죠. 하지만 경남에서의 독보적 위상을 바탕으로 국가사회에 기여하고 나아가 세계와 교류하고 기여함으로써 빠르게 발전하는 경상대학교로 평가되고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모교의 교훈인 ‘개척’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면 바람직한 결과는 반드시 따라 온다고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자와 게으른 자에게 ‘개척’이란 무의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탄탄한 몸으로 자신을 개척하는 일, 진선미의 가치로 마음을 채우는 개척까지 모두 성실한 자에게 다가와 실현되는 가치입니다. 예로부터 불성무물(不誠無物), 즉 성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했거든요.

2015년 행정학과 공무원 시험 합격자 36명 모두가 준비과정을 성실로 꼭꼭 채웠기에 이룬 결과라는 사실이 불성무물의 명제를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개척’을 교훈으로 새겨서 실현한 다음 동문끼리 ‘사랑’의 실천, 그리고 지역과 국가사회에의 ‘헌신’을 실천함으로써 동문 모두가 세인으로부터 존경 받는 삶을 누리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