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만큼

성큼

다가오는

행운!

우리 대학교 화학과 대학원 김슬기 씨가 지난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11회 거대고리 및 초분자 화학 국제심포지엄에서 ‘우수논문발표상’과 영국화학회가 수상하는 ‘무기화학프론티어상’을 동시에 수상해 큰 화제를 모았다.

박사과정 1년차지만 김슬기 씨는 현재까지 SCI급 국제학술지에 12편의 논문을 게재할 만큼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첫 논문을 학부생 시절 결정공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의 영국화학회 학술지에 주저자로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짧은 기간에 자신의 분야에서 이렇게 두드러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김슬기 씨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셀프-힐링형 2차원 나노하이브리드 최초 개발

김슬기 씨가 상을 수상한 논문의 주제는 ‘단결정간 구조변환을 통한 셀프-힐링 2차원 나노하이브리드의 개발 및 X-선 회절’이다. 처음에 김슬기 씨는 자신의 논문 주제가 전문성이 높고 미개척 분야라 심사위원들에게 전달이 잘 될지 걱정이 앞섰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3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되는 권위 있는 학술대회고, 수상자 선정을 위해 초청연사의 토론 심사 및 투표를 거치기 때문에 하나라도 상을 받는다면 정말 큰 영광이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이렇게 수상에 대해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던 김슬기 씨.

하지만 수상식장에서 몇몇 외국 심사위원이 직접 김슬기 씨의 발표와 토론이 훌륭했다며 표를 주기로 했다는 축하를 듣고는 정말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심사위원에게 극찬을 받은 셀프-힐링 나노하이브리드는 약물전달과 나노스위치 등 차세대 나노소자로 기대되어 최근 나노과학 분야에서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김슬기 씨가 제조한 나노하이브리드 결정은 고리형 유기분자가 두 가지 금속염(수은 및 구리)에 의해 수평 및 수직으로 연결되어 사각석쇠 모양의 2차원 평면구조를 갖는다. 이를 메틸알코올에 담그면 수직연결 (다리결합) 부위인 수은염이 녹아 제거되면서 마치 오선지처럼 1차원의 평행한 선형구조가 된다. 놀라운 것은 남아 있던 구리염 사이에 새로운 수직연결 다리결합이 형성되면서 2차원 사각석쇠 구조가 자발적으로 회복(셀프-힐링)된다는 것이다.

“제가 연구한 금속염 제거를 매개로 한 자기복원은 아직 유사한 사례가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입증하기 위해 모든 핵심물질의 분자구조를 단결정 X-선 회절실험으로 규명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모이를 구하듯…학부 3학년부터 시작한 연구실 생활

고교시절부터 화학에 관심이 많았던 김슬기 씨는 2010년 우리 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했다. 연구실과의 인연은 2학년 말,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하기 위해 찾은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면담을 하면서부터였다. “그때 상담했던 교수님이 현재까지 저의 지도교수님이세요. 학부 3학년부터 연구실 생활을 시작해 석사과정 1년 후 2015년에 석· 박사통합과정에 진학했습니다.”

그녀가 우리 대학교에서 공부하며 가장 크게 혜택을 받은 부분으로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을 꼽았다. “전 세계에서 과학 인프라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스웨덴이라고 합니다.

불리한 환경을 선순환으로 극복한 사례라고 평가받고 있죠. 이와 유사하게 거점국립대 중 가장 작은 도시에 위치한 우리 대학교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교류를 택했습니다.

우리 대학교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저는 현재 2개국 이상과 국제공동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SCI급 학술지에 게재한 12편의 논문 중 절반가량이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얻은 것입니다.”

두뇌한국(BK)21프로젝트 등을 통한 장학제도와 국내 최고 수준의 공동실험실습관 또한 우리 대학교에서 연구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행운은 준비된 자의 것, 연구자에겐 꾸준한 노력 필요

올해가 박사과정 첫해인 김슬기 씨는 졸업 후의 계획보다는 우선 현재의 일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우수한 연구 성과를 꾸준히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후 스스로를 평가해서 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상한 연구결과는 아직 정식으로 논문화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원고가 90% 정도 완성되어 최종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인용지수가 10 이상인 학술지에 투고할 계획인데 워낙 경쟁이 심해 장담할 수는 없지요.” 다만 기회가 있다면 해외에서 2~3년 연구 경험을 쌓을 생각도 하고 있다.

‘행운은 준비된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처럼 김슬기 씨는 연구자라면 꾸준한 노력과 안정적인 멘탈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한 가지를 더 보태면 어느 누구와도 대화하고 협력해 공동의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인내심과 사회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인 물은 썩듯 늘 흘러가는 물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김슬기 씨. 그녀는 변화하기 위한 고통은 두려움이 아닌 “발전을 위해 마땅히 지불해야할 회비”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배워가는 삶을 살아갈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