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던 1학년 대학생활이 끝나고, 반복되는 생활에 지칠 때쯤에 우연히 알게 된 미국 파견생 모집 소식에 나는 망설임 없이 도전을 택했다.

겁 없이 도전했던 그날의 시간은 나에게 어학실력은 물론, 더 큰 미래를 보고 끌어안을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었다.

글_ 허한솔(에너지기계공학과 2)

소중한 친구가 되어 준 Conversation Partner 제시카

접수에, 합격발표, 그리고 비자 신청까지 정신없이 여름방학이 지나가고 2015년 8월 14일, 마침내 미국으로 떠났다. 배 고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하나 사겠다고 몇 마디 하는데 내 발음을 못 알아듣는 직원을 보면서 그때서야 내가 얼마나 멀고 낯선 곳으로 왔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ESL 학생들은 머레이 주립대의 미국 학생들과 Conversation Partner를 맺어 영어 실력의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굉장히 추천한다. 내 Conversation Partner였던 제시카는 나를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라 정말 친구로 대해주고 많은 곳에 데려가 주었기 때문에 수업만큼이나 영어 실력 향상에 굉장히 도움을 받았다. 원어민 친구들처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음에도 마음이 통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하지 않더라도 ESL 수업을 같이 듣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이 친구들과도 소통하며 친하게 지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한 학기, 두 번의 텀 동안 중국, 일본, 독일, 태국, 사우디 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점점 어색함을 없애고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다. 문화도 언어도 달랐지만 나이대가 비슷했기 때문일까. 유머 코드와 대화 내용은 우리나라 친구들과 비슷했다. 친해진 후에는 이사를 간 친구 집에 다 함께 집들이를 가 각국의 음식을 선보이고, 한국에서 하는 게임들도 가르쳐주곤 했다.

2학기에는 노동절, 가을방학, term break, Thanks giving day까지 총 4개의 휴일이 있어 여행할 시간도 충분했다. 나는 이 네 번의 휴일을 전부 여행으로 보냈다. 애틀랜타, 시카고, 마이애미, 뉴욕으로 여행을 다니며 평생 다 가보기 힘든 곳들을 전부 다녔고, 전혀 알지 못하는 곳의 여행 계획을 짜며 여행의 즐거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네 곳 모두 다 각각 특색을 가진 곳이라 한 곳을 꼽을 수가 없을 만큼 다 좋은 추억이었다. 첫 여행이라 가장 야심차게 계획을 세웠던 애틀랜타, 내가 상상한 미국과 가장 같았던 시카고, 1년 내내 여름인 평화로운 마이애미, 추수감사절 기간이라 많은 사람들로 붐볐던 뉴욕까지 하나 하나 다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사실 이렇게 돌이켜보면 좋은 추억들이 더 떠오르지만 파견 기간 동안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향수병도 있었고 항상 한국 음식,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 그리웠던 시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을 겪으며 훨씬 더 성숙해질 수 있었고, 미국에서 보내는 특별한 시간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평소에 보내는 사소한 시간의 소중함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여태껏 중·고등학교에 치열한 입시를 거치고 대학교에 와서도 학점 관리에 전공 공부를 하며 전형적인 한국 대학생의 생활을 하다가 처음 새로운 것에 도전한 파견 생활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많은 학생들은 다른 나라, 새로운 생활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은 있지만 막상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을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로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심지어 나는 태어나서 영어를 알게 된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영어를 좋아한 적이 없는데, 이 생활을 통해 여러 국적의 친구를 사귀며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영어에 부담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 이를 잘 활용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길 바란다.